근로소득세 70조 시대, 직장인 ‘유리지갑’만 소리 없이 털리는 이유

지난해 직장인들이 납부한 근로소득세 수입이 70조 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물가는 치솟는데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은 제자리걸음인 탓에, 실질적인 삶의 질은 팍팍해지는 ‘소리 없는 증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1. 10년 새 152% 폭증, 전체 국세 비중 18% 돌파

지난해 근로소득세 수입은 68조 4,000억 원으로 집계되어 전년 대비 12.1% 증가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그 속도입니다. 지난 10년간(2015~2025년) 총국세 수입이 71.6% 늘어나는 동안 근로소득세는 152.4%나 급증했습니다.

이로 인해 전체 국세에서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12.4%에서 지난해 18.3%까지 확대되며 국가 재정의 핵심 세원으로 부상했습니다.

2. 18년째 멈춘 과표, ‘재정견인’의 늪에 빠진 월급쟁이

근로소득세가 이토록 급증한 근본 원인은 과세표준(과표) 구간의 경직성에 있습니다. 현행 과표는 2023년 일부 하위 구간을 제외하면 2008년 이후 사실상 그대로입니다.

물가 상승에 맞춰 명목 임금이 오르면, 근로자는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상위 과표 구간으로 강제 이동하게 됩니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재정견인(Fiscal Drag)’이라 부르며, 세율 인상 없이도 실질적인 증세 효과를 내는 주범으로 지목됩니다.

3. 고소득 근로자 비중 확대와 성과급의 영향

최근의 세수 증가는 중상위 소득 근로자의 실효세율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연간 총급여 8,000만 원 초과 고소득자가 근로소득세 증가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또한,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도 세수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명목 소득이 늘어날수록 누진세 구조에 따라 세 부담이 가파르게 커지는 구조가 세수 증대로 이어진 것입니다.

4. ‘물가연동제’ 도입 논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이러한 불합리함을 해결하기 위해 ‘물가연동 소득세’ 도입이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이는 물가 상승률에 맞춰 과표와 공제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로, 이미 OECD 38개국 중 22개국이 시행 중입니다.

하지만 도입 시 10조 원 이상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어 정부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고, 고소득층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역진성’ 우려도 제기됩니다.

5. 33% 면세자와 상위 10%의 세 부담 쏠림 현상

우리나라 소득세제의 또 다른 기형적 특징은 높은 면세자 비중입니다. 근로소득자 3명 중 1명꼴인 약 33%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14.5%)이나 호주(15.2%) 등 주요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반면 상위 10%의 근로자가 전체 소득세의 71.7%를 부담하고 있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요약하자면, 정부는 안정적인 세수 확보를 위해 근로소득세에 의존하고 있지만, 직장인들의 조세 저항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물가와 실질 임금을 반영한 합리적인 과표 조정과 함께, 면세자 비중 축소 등 근본적인 세제 개편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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